왜 미래 성장률을 추정해야 하는가
주식 투자에서 '좋은 기업을 사라.'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좋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지금 좋은 기업과 앞으로도 계속 좋을 기업은 다르다. 투자의 핵심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주가는 지금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벌 돈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성장률을 추정하는 능력이 곧 투자 실력이다. 이를 위해 EPS와 TAM 이 두 가지 도구만 이해하면 된다.
※ 본 글은 투자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미래 산업 투자 시리즈
1화. AI·로봇·배터리·바이오
2화. 기술 혁명의 S커브
3화. 산업 밸류체인 분석
4화. 미래 성장률 추정 방법론← 현재글
5화. 산업별 밸류에이션 프레임 만들기(예정)
6화. 투자자의 시선: 미래를 가격으로 (예정)
EPS란 무엇인가
EPS는 'Earnings Per Share'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주당순이익'이다. 기업이 1년 동안 번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1년에 100억 원을 벌었고 발행 주식이 1,000만 주라면 EPS는 1,000원(=100억 / 1000만)이 된다.
주가와 EPS의 비율이 PER(주가수익비율)이다. 주가가 10,000원이고 EPS가 1,000원이면 PER은 10배다. 이 주식은 연간 이익의 10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EPS가 투자에서 중요한 이유는 EPS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주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는 결국 이익의 함수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이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EPS가 23% 오른다는 말은 코스피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이익을 그만큼 더 낸다는 뜻이다. 이익이 늘면 주가도 뒤따라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반도체 호황기에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바닥 대비 60% 정도 반등한다. 이번 사이클에서 실적 추정치는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바닥 대비 20% 수준 상승에 그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반도체 EPS 회복이 아직 초반이라는 뜻이다. 이런 분석이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된다.
EPS 성장률로 기업 미래를 보는 법
EPS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EPS 성장률'이다. 올해 EPS가 작년보다 얼마나 늘었는가. 그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인가.
EPS 성장률을 볼 때 세 가지를 확인한다.
첫째, 성장이 일회성인가, 구조적인가. 특정 연도에 비용을 줄여 이익이 늘었다면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매출 자체가 늘어서 이익이 커졌다면 구조적 성장이다.
둘째, 컨센서스 대비 어떤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EPS 전망 평균을 '컨센서스'라고 한다. 실제 EPS가 컨센서스를 웃돌면 '어닝 서프라이즈'가 된다. 주가는 이 순간 크게 반응한다.
테슬라는 2025년 4분기 비 GAAP 기준 EPS가 0.50달러로 시장 예상치 0.45달러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EPS는 줄었지만 예상보다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는 절댓값이 아니라 예상 대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EPS 성장의 원천은 무엇인가. 단가가 오른 것인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인지, 비용이 줄어든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판매량이 늘고 단가도 오르는 경우다.
TAM이란 무엇인가
TAM은 'Total Addressable Market'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총 유효 시장 규모'다. 쉽게 말하면 이 기업이 이론적으로 최대한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의 총 크기다. TAM이 크다는 건 성장할 공간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TAM이 이미 포화 상태라면 아무리 잘해도 성장에 한계가 있다.
AI 반도체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2024년 약 6,27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며 연평균 성장률은 약 8.6%로 예상된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안에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차지할 수 있는 점유율을 생각해 보면 두 회사의 미래 매출을 대략 추산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AI 시장 규모가 2026년 1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거대한 시장의 일부라도 먹는 기업이 큰 수혜를 받는다.
TAM과 시장 점유율로 미래 매출을 추정하는 법
TAM 분석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 산업 전체 TAM을 파악한다. 시장조사기관의 보고서, 증권사 리서치 자료 등을 참고한다. '이 시장이 5년 후 얼마짜리가 될 것인가'가로 시작하면 된다.
2단계: 기업의 현재 점유율을 확인한다. 그리고 점유율이 유지될지, 높아질지, 낮아질지를 판단한다. 진입 장벽이 높고 기술 우위가 있는 기업은 점유율을 지키거나 높이는 경향이 있다.
3단계: 미래 매출을 추산한다. TAM × 점유율 = 예상 매출이다. 여기에 이익률을 곱하면 미래 이익 즉 미래 EPS를 추산할 수 있다.
바이오 분야의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GLP-1 기반 치료제는 2030년까지 전례 없는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2030년 전체 처방약 시장 중 GLP-1 기반 치료제 매출 비중이 9%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비만 치료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20%로 전체 처방약 성장률 7%를 크게 웃돈다. 이 TAM 안에서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의 미래 EPS는 빠르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EPS와 TAM을 함께 보는 이유
EPS만 보면 함정이 생긴다. 지금 이익이 좋아도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TAM만 보면 실체가 없다. 시장이 아무리 커도 그 기업이 그 시장에서 돈을 못 벌면 의미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TAM이 크고 성장 중인 산업에서 EPS가 꾸준히 늘고 있는 기업이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의 EPS는 철저히 경기의 함수다.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 높아진 PER을 뚫어낼 만한 EPS 개선을 전망할 수 있다. 거시경제가 나빠지면 EPS 추정치도 하향된다. 그래서 TAM과 EPS를 볼 때 거시환경도 함께 봐야 한다.
투자자를 위한 실전 적용법
직접 EPS나 TAM을 계산하기 어렵다면 증권사 리포트를 활용하면 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미 분석해서 수치로 제시한다.
리포트에서 확인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12개월 선행 EPS다. 이는 향후 1년간 예상 EPS다. 지금 주가를 이 수치로 나누면 선행 PER이 나온다. 업종 평균 PER보다 낮으면 저평가 구간일 수 있다.
둘째, EPS 추정치 변화 방향이다. 애널리스트들이 EPS를 계속 올리고 있는지, 내리고 있는지를 본다. 올리는 중이라면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셋째, 목표주가 근거다. 어떤 TAM 가정과 점유율 가정을 썼는지 확인하면 얼마나 낙관적인 전망인지 판단할 수 있다.
투자는 정확한 예측이 아니다. 합리적인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다. EPS 성장률이 높고 TAM이 빠르게 커지는 산업에 있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다음 화에서는 지금까지 배운 산업 분석, 밸류체인, EPS·TAM 분석을 실제 기업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산업별 밸류에이션 프레임을 직접 만들어본다.
※ 본 글은 투자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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