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는 만드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
많은 투자자들이 처음에 열심히 공부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어떤 주식을 얼마나 살지 고민하고 비중도 정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포트폴리오는 원래 모습을 잃어버린다.
어떤 종목은 오르고 어떤 종목은 떨어진다. 처음 계획과 비중이 달라진다. 그리고 주가가 크게 움직일 때마다 감정이 흔들린다. 여기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진짜 기술이 필요해진다. 그것이 바로 리밸런싱과 감정관리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투자자 철학과 장기 투자 시리즈
1화. 장기 투자: 시간과 복리
4화. 리밸런싱과 감정관리: 포트폴리오 유지 ← 현재 글
5화. 장기보유 vs 회전율의 경계 (예정)
6화. 시장보다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 (예정)
리밸런싱이란 무엇인가
리밸런싱은 처음 정한 자산 비중을 다시 원래대로 맞추는 과정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처음에 약속한 비중으로 되돌리는 규율에 가깝다.
처음에 주식 60%, 채권 4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주식 시장이 크게 오르면 어느새 주식이 75%, 채권이 25%가 된다. 이 상태를 그냥 두면 위험이 처음보다 훨씬 커진다. 리밸런싱은 이것을 다시 60:40으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주식 비중이 너무 커지면 일부를 매도하고 채권이나 현금으로 옮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저가 매수, 고가 매도' 전략이 실행되는 구조다.
즉, 리밸런싱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아니다. 위험을 원래 수준으로 되돌리는 규칙이다.
리밸런싱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숫자로 확인해 보자. 국내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에서 50개 종목의 동일가중 포트폴리오를 매월 리밸런싱했을 때 연평균 288bp(약 2.88%)의 초과수익이 나타났다. 매수 후 보유 포트폴리오 대비 초과 성과 확률은 94%였다.
단순히 사놓고 방치하는 것보다 주기적으로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장기 성과를 높인다는 의미다.
예일대 기금운용을 이끈 데이비드 스웬슨은 리밸런싱을 '고평가 된 자산은 줄이고 저평가된 자산은 늘리는 규칙 기반의 역발상'으로 설명했다. 세계적인 기관투자자도 같은 원칙으로 자산을 관리한다.
리밸런싱은 언제, 어떻게 해야 할까
리밸런싱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시간 기준 리밸런싱이다. 정해진 주기마다 점검하고 조정한다. 리밸런싱 시기는 6개월에 한 번 혹은 1년에 한 번처럼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권장된다. 너무 자주 하면 사고파는 비용이 올라가고 심리적 스트레스도 커진다.
두 번째, 비중 기준 리밸런싱이다. 목표에서 벗어나면 포트폴리오 비율을 조절한다. 주식 비중이 목표인 60%에서 5% 이상 벗어나면 그때 조정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아닌 변화폭을 기준으로 삼는다.
두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미리 정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다.
매수·매도가 부담스럽다면 현금흐름을 이용한 방법도 있다. 새로운 투자금이나 배당금을 비중이 낮아진 자산에 넣는 방식으로 기존 자산을 팔지 않아도 조정이 가능하다.
감정이 포트폴리오를 망친다
리밸런싱을 알고 있어도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하나다. 감정 때문이다.
주가가 폭락할 때 상황을 생각해 보자. 보유 종목이 30% 떨어졌다. 뉴스에서는 더 떨어진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다 팔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오히려 그 종목의 비중을 늘리는 리밸런싱을 할 수 있을까. 머리로는 알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비싸게 사게 될 것 같은 공포, 또는 지금이라도 팔지 않으면 영원히 본전을 찾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가 시시각각 투자 결정을 지배한다. 이는 잘못된 결정과 투자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투자 심리를 측정하는 지표가 있다.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다. 이 지수는 주식 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0에서 100 범위로 수치화한다. 값이 낮을수록 공포, 높을수록 탐욕 상태를 뜻한다.
역발상 투자자에게 극도의 공포 구간은 시장의 비이성적인 투매로 인해 좋은 자산들이 헐값에 거래되는 절호의 매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공포일 때 사고 탐욕일 때 팔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투자자는 반대로 행동한다.
감정관리를 위한 3가지 실전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까. 완벽하게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구조를 만들면 감정에 지배당하는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첫째, 규칙을 미리 만들어둔다. '주식이 10% 이상 오르면 일부 매도한다', '주식이 10% 이상 떨어지면 추가 매수한다'처럼 조건을 숫자로 정해두는 것이다. 감정이 아닌 규칙이 판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둘째, 확인 빈도를 줄인다. 매일 주가를 확인하면 감정이 흔들린다. 주가를 자주 볼수록 단기 변동에 반응하게 된다. 확인 주기를 주 1회 또는 월 1회로 제한하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어든다.
셋째, 투자 일지를 쓴다. 종목을 살 때 이유를 기록해 둔다. '이 기업의 실적이 꾸준하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매수했다'는 기록이 있으면 주가가 떨어져도 판단 근거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공포가 왔을 때 팔고 싶은 감정을 막아주는 기억 장치가 된다.
리밸런싱과 감정관리는 하나다
리밸런싱과 감정관리는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다. 리밸런싱이 잘 되려면 감정을 다스려야 한다. 감정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리밸런싱이라는 명확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 시장이 흔들리면 자산도 흔들리고 마음은 더 크게 출렁인다. 장기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대개 이런 단순한 규율이다.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기술은 복잡하지 않다. 처음 세운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를 때도, 떨어질 때도, 뉴스가 공포스러울 때도 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투자 실력이다.
다음편에서는 장기보유와 회전율 선택에 관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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