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이 사면 나도 사야 하나?
'외국인이 사는 종목을 따라 사라.'라는 말이 있다. 반대로 이런 말도 있다. '기관이 팔 때 오히려 사라.' 둘 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둘 다 틀릴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적용하느냐다. 이번 화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의 흐름에 동조할 때와 반대할 때, 각각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의 세계 시리즈
1화. 기관·외국인의 기본 구조
3화. 리밸런싱 주기와 수급 변동
4화. 프로그램 매매·창구 분석
5화. 기관 흐름에 대한 개인 투자자 전략← 현재글
6화. ‘프로의 시선’ - 시장을 거꾸로 읽는 법 (예정)
먼저 확인해야 할 데이터: 개인의 역방향 매매
개인 투자자의 매매 패턴에는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코스피 1999년부터 2023년까지 25년간의 장기 데이터를 분석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다. 코스피 수익률은 개인 순매입 비율이 커질수록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수익률은 개인 순매입과 음(-)의 방향으로 인과 관계를 가졌다는 거다. 오늘의 개인 순매입이 미래 수익률과도 음(-)의 방향으로 인과 관계를 가진다.
25년 치 데이터가 말해주는 것은 개인이 많이 살수록 이후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 반대로 개인이 팔 때 주가가 오르는 패턴이 반복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가. 개인투자자는 처분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매도할 확률이 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매도할 확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처분효과가 강한 투자자일수록 투자 성과는 저조하다.
수익 난 주식은 빨리 팔고 손실 난 주식은 물고 있는 것이다. 이 패턴이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기관 흐름에 동조할 때: 세 가지 조건
기관과 외국인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유효한 경우가 있다.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맞을 때다.
① 추세 초입일 때
외국인이 특정 업종이나 종목을 며칠 연속 순매수할 때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 하루의 매수는 의미 없다. 방향이 생기기 시작할 때가 중요하다.
최근 외국인이 집중 매수한 업종은 미디어·교육, 호텔·레저, 조선, 유통, 디스플레이, 반도체, 은행, 건설 등이었다. 외국인 매수의 주가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들 업종은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의 업종 순환 방향이 바뀌는 초반. 이 시점이 동조 매매를 고려할 구간이다.
② 펀더멘털이 뒷받침될 때
수급만 보고 따라가면 위험하다. 외국인이 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실적 개선인지, 산업 반등인지, 아니면 단순 지수 리밸런싱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외국인도 사고 있다면 두 가지 근거가 겹친다. 이때 동조 판단이 훨씬 안전해진다.
③ 가격이 덜 오른 초반일 때
외국인이 이미 많이 산 뒤, 주가가 크게 오른 상태에서 따라가는 것은 다르다. 그 시점에 들어가면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시작할 때 물량을 받는 구조가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와 매도를 추격 거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정확하게 주식을 분석하고 연구해서 투자가치가 높은 종목을 직접 발굴하는 것보다 이상적이지 못하다.
동조 매매는 편리하지만 항상 늦게 들어가게 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기관 흐름에 반대할 때: 두 가지 조건
기관이 팔고 있을 때 사는 전략이 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무 때나 통하지 않는다.
① 연기금이 리밸런싱으로 파는 경우
연기금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이 나쁘다고 판단해서다. 다른 하나는 비중이 목표보다 높아져서 기계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3화에서 설명했듯 연기금은 주가가 많이 올랐을 때 비중 조정으로 매도한다. 이때는 종목이 나빠서 파는 게 아니다. 단순히 포트폴리오 비율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리밸런싱 매도가 나와 주가가 눌릴 때 펀더멘털이 살아 있다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② 외국인이 매크로 이슈로 파는 경우
외국인은 한국 고유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달러 강세, 신흥국 자금 이탈, 금리 상승 같은 매크로 이슈로 파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
2018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할 때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텼지만 결국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고점으로 2000선까지 무너지는 약세를 보였다.
물론 반대 케이스도 있다. 외국인 매도가 글로벌 요인에 의한 것이고 실제 기업 가치는 견조했다면 이후 회복이 나타났다. 판단의 핵심은 왜 파는가를 아는 것이다.
절대 반대하면 안 될 때: 추세적 매도
동조와 역발상 중 어느 쪽도 아닌 경우가 있다. 그냥 피해야 하는 경우다.
코스피가 지난달 30% 이상 상승하는 강세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인버스 2배 상품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섣부른 하락 베팅으로 손실을 크게 입는 경우도 많았다.
기관과 외국인이 레버리지로 올라타는 상승 추세에서 인버스에 베팅하는 것. 이것은 역발상이 아니라 역주행이다. 강한 추세를 혼자 거스르는 것은 근거 없는 반대 매매다.
외국인과 기관이 일관되게 같은 방향으로 수주 이상 움직일 때는 그 흐름에 거스르는 전략을 피해야 한다. 이것이 추세 매매의 기본이다.
동조와 역발상을 구분하는 실전 기준표
판단이 어려울 때 아래 기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동조 매매를 고려할 때
- 외국인과 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연속 매수 중일 때
- 해당 업종의 실적 전망이 상향되고 있을 때
- 주가가 아직 추세 초반이고 이전 고점을 회복 중일 때
역발상 매매를 고려할 때
- 외국인이 글로벌 매크로 이슈로 기계적으로 팔 때
- 연기금이 리밸런싱 목적으로 비중을 줄일 때
- 주가가 과도하게 눌렸지만 실적과 펀더멘털은 살아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
- 외국인·기관·개인 모두 불확실하고 수급이 뒤섞일 때
- 매크로 이슈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때
- 단순히 "많이 빠졌으니까"라는 이유뿐일 때
개인이 가진 진짜 강점
기관과 외국인보다 개인이 유리한 구간이 있다. 두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첫째, 규모의 유연성이다. 기관은 수천억 원을 한 번에 사고팔 수 없다. 시장에 충격을 준다. 개인은 적은 금액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기관이 들어오기 전, 수급 변화의 초기 신호를 포착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중소형주다. 외국인은 대형주 중심으로 움직인다. 시총이 작은 주식일수록 외국인의 국내 창구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기관이 잘 들어오지 않는 중소형 우량주는 개인의 분석 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다.
기관이 관심 갖기 전에 먼저 실적 좋은 중소형주를 찾아 담는 것. 이것이 개인이 기관을 이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흐름을 보되, 이유를 봐라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 흐름은 중요한 신호다. 하지만 그 신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왜 그들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가다. 이유를 모르고 따라가면 동조 매매가 아니라 뒤따라가기다. 이유를 알고 판단할 때 비로소 수급이 투자 도구가 된다.
다음 화에서는 '프로의 시선'을 빌리는 투자 사고법, 시장을 거꾸로 읽는 법을 다룬다.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화다.
☞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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